ACTOR STUDIO. 배우 되기

배우 되기. SUBTEXT. 서브텍스트. 알아보기.

LaMo 2022. 4.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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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배우며 가끔 지도자에게 듣는 말이 있다. "말의 SUBTEXT가 없다", "생각을 안 하고 말한다", "말의 의도가 없다", "그냥 말만 던지고 있다" 등 다양한 표현을 지적을 받는다. 이 많은 지적의 공통된 점은 'SUBTEXT'가 없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과연 'SUBTEXT'는 무엇인가? 오늘은 연기를 배우며 항상 듣는 'SUBTEXT'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SUBTEXT'에 관한 내용은 방대하기에 차근차근 시간이 날 때마다 올리도록 하겠다. 이번에는 'SUBTEXT'에 대한 글 1부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우선 'SUBTEXT'라는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해보자.

 

네이버 영어 사전

· 언외(言外)의 의미, 숨은 이유

 

문학비평용어사전

· 서브텍스트(subtext)란 대사로 표현되지 않은 생각, 느낌, 판단 등의 내용을 말하는 개념이다.

 

굳이 인터넷에서 검색을 안해봐도 영단어 'SUBTEXT'만 보아도 'SUB'(아래)와 'TEXT'(글)의 조합으로 '글 아래에 숨겨진 뜻'이라고 풀어볼 수 있을것 같다.

 

우리말의 경우 이 단어에 대한 번역이 다양하다. 예로 다음과 같이 번역되곤 한다.

 

· 서브텍스트

· 속대사

· 속뜻

· 속 의미

· 내재적 의미 등...

 

몇몇 국내 도서를 살펴본 결과 '서브텍스트'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 이 글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서브텍스트'로 통일하겠다.


그럼 연기 및 작가 지도자들은 이 '서브텍스트'를 어떻게 말하는지 보자.

 

대본 컨설턴트 겸 작가 린다 시거의 책 서브텍스트 : 숨어 있는 의미 어떻게 쓸까? Writing Subtext(린다 시거 Linda Seger 지음, 김청수, 조현경 옮김, 비즈앤비즈)에서 발췌한 내용을 보자.

 

"서브텍스트는 말이나 행동 뒤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뜻한다. 정말 완전한 의미의 진실. 텍스트는 빙산의 일각일 뿐 서브텍스트야 말로 진짜라는 말이다. 겉으로 드러난 의미가 아닌 내재된 의미. 위대한 글과 드라마는 서브텍스트의 진짜 의미들로 가득찬 지하 돌굴과도 같다. 그 동굴 속에는 텍스트와 서브텍스트의 충돌이 둥지를 틀고 있다. 우리가 듣고 있는 말들이 그냥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브텍스트 : 숨어 있는 의미 어떻게 쓸까?> p.11


스타니스랍스키의 성격구축 Building a Character(콘스탄틴 스타니스랍스키 Constantin Stanislavski 지음, 이대영 옮김, 출판사 예니)를 보면 가상의 연극 학교 수석 교수 토르초프를 통해 서브텍스트에 관해 말하는 구절이 있다. 연극에서의 서브텍스트 관련 가장 오래된 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서브텍스트는 끊임없이 계속 흐르는 등장인물의 내면에서 나오네. 대사는 내재적 의미 안에서 생명력을 갖게 되고 존재할 수 있지. 희곡과 그 희곡의 등장인물 속에 있는 아주 다양한 내면의 모습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서 내재적 의미를 만드는 거네. 그리고 희곡과 등장인물은 '만약에라는 마술', 주어진 상황, 모든 상상의 산물, 내면의 움직임, 주의의 대상, 크고 작은 진실과 신뢰, 적응, 조절 등과 같은 요소로 짜여져 있네. 내재적 의미가 우리로 하여금 어떤 대사를 하게 만드는 거지."

<성격구축> p.129

 

린다 시거의 '서브텍스트'에 대한 정의가 대사의 숨은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면 스타니스랍스키는 등장인물의 내면의 모습을 더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타니스랍스키는 위 말에 이어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느낌이 내재적 의미와 만날 수 있어야만 비로소 희곡이나 등장인물의 '행동의 관통선'이 생겨나지. 그리고 행동의 관통선은 신체적 움직임뿐만 아니라 대사에 의해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행동은 몸으로도 하지만 소리나 말로도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내재적 의미 속에서는 대사도 일관된 흐름을 유지해야 하네."

"아무런 내적 의미가 없는 말을 따로 떼어 놓으면 그냥 들리는 말일 뿐이지. 만약 등장인물의 대사가 이런 식으로 전달되면 공허한 소리의 연속이 되는 거네."

<성격구축> p.129-130

 

내면의 모습이 없으면 대사는 그냥  소음에 불과하지 않는다는 것 같다. 이는 린다 시거도 동일하게 지적한다.

 

"만약 어떤 글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 그대로 논리 정연하기만 하면 그처럼 재미없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이력서나 논문을 읽는게 낫지, 한없이 지루한 강의나 설교를 듣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이런 경우의 대화들은 정서적으로 살아 꿈틀대는 대사가 아니다. 그저 정보를 제공하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실들을 드러낼 뿐이다. 재잘거리며 끝없이 의미 없는 수다를 떠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서브텍스트 : 숨어 있는 의미 어떻게 쓸까?> p.11


배우는 등장인물의 '서브텍스트', '내재적 의미'를 알고 연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면 그냥 말 발음만 주고받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배우는 등장인물과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분석이 돼야 한다. 작품이 보여주고 싶은 관통선과 등장인물의 관통선을 잘 파악하여 등장인물의 내재적 의미를 파악한 후 대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배우는 등장인물이 작품 속에서 요구하는 욕망과 필요, 혹은 목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등장인물의 목표를 파악해야 그 목표에 해당하는 내재적 의미를 담고 대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서브텍스트'에 대해 글을 정리해봤다. 두서가 없지만 한번 적어는 보고 싶었다. 내용이 아직 부족하지만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들 멋진 배우가 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스타니스랍스키의 <성격구축>에 나오는 한 문장으로 이 글을 맺어보겠다.

 

"내재적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은 말은 무대에서 할 필요가 없지. 무대에서 들려오는 말 자체를 쓴 사람은 작가지만 거기에 내재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배우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은 집에서 인쇄된 희곡을 읽지 왜 극장에 오겠나?"

<성격구축>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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