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카가와 테루유키. 香川 照之. Teruyuki Kagawa. 한국과 일본 연기 스타일.

일본 배우 카가와 테루유키는(香川 照之, Teruyuki Kagawa, 1965년생) ‘일본의 송강호’라고 불리는 배우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영화와 배우를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배우를 몇 편의 영화에서 봤었고 개성과 연기력 훌륭해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배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의 주연으로 인지도가 높다.

 

내가 본 그가 출연한 영화는 ‘키사라기 미키짱’ (キサラギ, Kisaragi, 2007),’ 20세기 소년’ 3편, (20世紀少年, Twentieth Century Boys, 2008, 2009, 2009), ‘열쇠 도둑의 방법’ (鍵泥棒の メソッド, KEY OF LIFE, 2012), 드라마는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드라마 ‘히어로’ (Hero, 2007)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가 출연한 위 영화 중 나는 특히 ‘키사라키 미키짱’과 ‘열쇠 도둑의 방법’을 굉장히 좋아한다.

‘키사라키 미키쨩’의 경우 한정된 작은 공간에서 5명의 남자들이 반나절 동안 자신의 아이돌을 추모하며 일어나는 사건이 줄거리로서 우리나라 연극가에서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영화지만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맛'지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5명의 남자가 의문이었던 키사라키 미키 사망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의문이 점차 풀리면서 알게 되는 5명 각각의 삶이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키사라키 미키라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5명의 남자의 삶을 짧게나마 보여주기 위한 도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 내 공간이 작고 배우들의 클로즈업 샷이 많아 배우 옆에 나도 같이 앉아있는 느낌이고 표정과 몸짓 연기를 잘 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좋다.

‘열쇠 도둑의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유해진, 이준, 조윤희 주연의 ‘럭키’ (Luck-Key, 2015)로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우리나라 리메이크작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을 좀 더 재미있게 봤다. 원작은 좀 더 차분하게 진행되고 리메이크작은 재미를 위해 좀 더 액션과 화려한 부분이 있던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카가와는 한 인물 안에서 두 가지 인물을 연기한다. 하나는 살인청부업자로 위장한 신분세탁 비즈니스맨과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신분이 바뀐 히키코모리 배우 지망생. 두 가지 다른 성격의 인물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어 좋았고 그의 표정 및 몸짓 연기를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아무래도 내 모국어가 한국어 이기에 일본 연기가 어떤지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겠지만 그의 연기를 보면 표정과 몸짓, 목소리의 질감만으로 감정 및 상황을 전달받는 것 같다.

 

카가와 테루유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카가와 테루유키의 집안은 대단하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유서 깊은 가부키 가문의 후예고, 그의 어머니는 다카라즈 가극단(일본 여성 뮤지컬 극단 100년을 넘긴 역사와 인기를 자랑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극단 중 하나) 출신이다. 또한 카가와 테루유키는 도쿄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지성파 배우이다. 영화지에 글을 자주 기고한다고 한다.

 

2008년 매일경제 조은영 기자의 카가와 테루유키 인터뷰 기사 중 그가 생가하는 한국과 일본의 연기 비교가 재미있어 적어본다.

 

일본 배우, 한국영화를 말하다.

한국 배우와 일본 배우의 연기 스타일엔 두 나라의 정서만큼 미세한 차이들이 있다. 카가와는 일본인들에겐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에서 숨겨진 본뜻을 찾아내고자 하는 국민성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본 영화들은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남자 배우들에게서 그 같은 특징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카가와는 한글이 주는 어감, 대륙적인 기질, 한국 특유의 군대문화에서 그 이유들을 찾았다. 특히 일본에는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군대문화가 한국 남자들을 성장시켜 주는 강력한 힘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카가와의 생각이다.

 

연기도 결국 문화 안에 존재하고 문화를 다루는 직업이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 정서, 사회 등에 대해 공부가 항상 필요한 것 같다. 카가와가 심리학 전공이어서 사회, 문화나 정서 분석에 더 뛰어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나도 나의 전공을 어느 정도 살려 연기에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