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게 맞는지 생각이 많이 든다. 주변 친구들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10년 이상 꾸준히 직장에 머무른 친구들은 직급도 연봉도 많이 올랐다. 부하직원도 있어 관리만 하기도 한다. 그들을 보면 부럽고 지금 나 자신에게 초라함을 느끼기도 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그동안 고생했으니 잠깐 휴식을 취하는 거라 생각하지만 나는 휴식 이전 전업을 생각하기에 마음이 온전히 편하지는 않다.
그동안 일을 해오며 아쉬운 점이 참 많았다. 사회생활 처음 3년을 제외하고는 사수가 없어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을 배웠다. 그만큼 작은 것에 시간도 많이 빼앗기고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참 많았다. 하지만 나 자신을 잘 챙기지 못한 것 같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책임지고 있지 않았다. 내가 하던 일은 사실 누구나 대체할 수 있었던 일인데 왜 그렇게 힘들어 가며 그 일을 놓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무슨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작은 회사에서 2,3 명이 할 일을 혼자 하자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리가 왔고 일의 효율도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서 관두기로 했다.
아직도 기존에 했던 일과 새로운 삶 사이에 갈등이 많다. 내가 이전에 하던 일에 흥미가 없었던가? 의지력이 없나? 비관적인 생각도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나만의 정신승리를 통해 이 비관주의에서 나온다. ‘그래도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나이가 들어도 찾으려고 하는구나…그동안 많이 참아왔구나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변화하려고 하는구나…’ 혼잣말하며 내가 자랑스럽도록 최면을 건다.
나이가 들어 내 삶의 마지막이 근접했을 때 ‘무엇을 후회할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해봤다. 꿈꾸던 것을 못하면 후회될 것 같았다. 나의 삶의 마지막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도 원치 않지만 이전까지 했던 일이 날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준 것은 아니기에 미련이 없었다.
학원을 다니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분야를 접하니 오랜만에 설렘이 생겼다. 또한 새로 시작하니 잃을 것도 없어 무식한 자신감도 생겨났다. 비록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설렘만큼은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졌고 언제 또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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