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되기. 격한 감정 연기. 동물적 감정. 호흡

격한 감정 연기는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시청자들이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격한 감정을 느끼거나 교감하려면 배우의 감정표현이 중요하다. 

 

격한 감정은 순서가 있다?

큰 충격의 사건이 아닌 이상 우리의 감정은 갑자기 180도 변하지 않는다. 격한 감정(분노, 통곡, 절규 등) 또한 갑자기 나타나지 않으며 과정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격한 감정에 휩싸이면 초반에는 그 감정을 최대한 조절하려고 노력을 한다. 예로 울고 싶을 때 바로 우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성이 자기 자신을 통제하려고 한다. 감정이 줄지 않고 계속 쌓이다 보면 이성은 통제력을 잃고 우리는 울음을 터트리거나 통곡을 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투명 차가운 유리잔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으는 것과 같다. 차가운 유리잔은 뜨거운 물을 담아내며 식히려고 하다 어느 선을 넘으면 뜨거운 물이 넘치는 게 아니라 유리잔은 깨져버린다. 유리잔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 격한 감정이 표출되는 것이다. 이성의 통제력과 시간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기에 배우의 디테일한 연기가 필요하다. 격한 감정 상태의 등장인물과의 교감을 위해서 배우는 등장인물의 감정 흐름에 시청자를 인도하도록 작업, 연기해야 한다.

 

파바로티 - 노래와 짖음 사이를 오가는 섬세함

격한 감정. 동물적 감정

학원 선생님 말을 빌리자면 시청자들은 등장인물의 동물적 감정을, 동물적 본능을 보고 싶어 한다. 사람의 이성이 무너지고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시청자들은 보고 싶어 한다. 일종의 감정 대리만족이다. 배우의 동물적 감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교감을 극대화시킨다. 배우가 이성적에서 동물적 감정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본능을 자극한다. 이러한 자극은 오페라를 보면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오페라는 연극이나 뮤지컬과 달리 사람의 동물적 감각을 좀 더 섬세하게 움직인다. 유명한 곡을 예로 들면 루치아노 파파로티(Luciano Pavarotti)가 부른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중 아리아(Aria)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 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들으면 파바로티는 테너 높음 음역의 남자 노래를 소화한다. 절정 부분에 그것은 마치 노래와 소리 짖음, 혹은 동물의 울부짖음 사이를 오가며 우리에게 전해지고 그 우리에게 감정은 교감하는 과 동시에 전율을 준다. 물론 코러스와 현악기의 음악이 분위기를 강조하지만 보는 현장에서 사람은 분위기에 둘러싸이고 목소리의 진동까지 더해저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노래와 소리 짖음은 인간과 동물, 이성과 본능을 계속 오가지만 굉장히 섬세하게 절제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이처럼 이성을 넘어 동물적 감정이 표출될 때 보는 사람들은 교감을 한다. 배우가 격하게 분노하며 소리 지르는 때 자신의 얼굴이 같이 후끈해지고 숨이 가빠진 것을 느껴 보았다면 감정이 교감된 것이다.

 

호흡의 전환

폭발점이 넘으면 우리는 이성의 인물에서 감정의 동물이 된다. 이와 동시에 호흡 방식도 눈에 띄게 바뀌는 걸 관찰할 수 있다. 격한 감정이 호흡을 지배하고 호흡은 전력질주를 끝낸 운동선수와 같이 커지게 된다. 사람들은 호흡 소리나 심장 박동 박자와 같이 생명과 연결된 소리에 민감하다. 옆사람의 거친 호흡은 우리로 하여금 긴장을 주며 심장 박동 같은 음악 또한 사람들을 긴장시킨다. 배우는 이점을 감안하여 감정연기 시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숨이 점점 거세지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을 하게 된다. 감정 폭발 후 거친 숨소리는 그 등장인물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분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크게 우는 연기를 한다고 시청자들이 격한 감정을 교감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절제된 무표정한 감정 연기에서 눈방울 하나가 사람들에게 격한 감정을 전할 수 있듯이 과한 표현이 늘 정답은 아니다. 너무 과하면 시청자들이 부담을 받기도 하며 의도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배우는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교감하도록 인도해야 한다. 호흡 방법이 감정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됨으로 잘 활용해 보기를 바란다.